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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생각

미생,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

미생 장그래 프리퀄 (Misaeng Jang G-rae Prequel, 2013)


미생 (未生)

[명사] <운동> <운동>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 

인터넷 웹툰 윤태호작가의 미생을 원작으로한 tvN 드라마 '미생'이다.


'기재가 부족하다거나 운이 없어 매번 반집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열심히 안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거다.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 - 미생 中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길이란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미생 中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낀다면 그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넘어진 것에 좌절하고 아파해야 한다.

넘어졌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하고 자괴감이 들겠지만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 넘어져서 바닥이 바닥인줄 알아야 그 바닥을 딛고 일어설 수 있으니까. 

다시 일어나는 것, 재기하는 것은 넘어진 사람의 특권이다.

"바닥은 딛고 일어서라고 있는 것이다."


스물여덟,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세상에 던져진 지금의 내 상황과 같기 때문일까.

나이먹도록 이뤄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장그래의 처지에 대한 공감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장그래가 자라며 겪어내고 있는 가정환경과 나의 가정환경이 비슷한 탓일까.

소재는 조금씩 다르지만 20대까지의 내 삶과 큰 맥락에서 비슷하다.

그래서인 것 같다. 십년도 넘도록 TV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이렇게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 이유가.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어차피 막연하고 두렵다. 그럴바에 피동적이고 소모적인 삶에서 뛰쳐나와 능동적으로 두려움을 마주하며 살겠노라고 새로운 세상에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미생에서 그려지고 있는 '직장'처럼, 일터란 것이 생동감을 넘어선 전장을 방불케해야 하는 것이라면 지금 나는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물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겠다고 뛰쳐나온 우물안의 개구리 처지는 아닐지.


걱정해 뭐하나.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인데. 

그 이상의 최선은 없으니까. 

이제 다시 시작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거니까.